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왜 동양 철학인가' 서문을 읽고..

 

언제나 그렇듯 책의 서문을 읽어 보는 일은 뷔폐에서 음식을 담기전 음식들의 배열 순서를 눈으로 훝어보는 것처럼 대략적인 책의 과정들을 알게 해준다. 건방지게 가벼운 마음으로 책표지를 넘긴 순간, 난 서문에서 저자의 웅장하면서도 깔끔한 일주문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 수행을 하신 스님앞에 서면 느껴지는 그 숙연함이 서문을 읽으면서 느껴졌다. 동양 철학쯤이야 '씹어 먹어버리겠다'는 나의 오만방자한 패기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저자의 심해의 철학의 바다 입구에서 한 점 먼지 마냥 사라져 버렸다. 영웅문을 보면 절세의 고수들이 단 한 초식만으로도 그들의 깊은 내공을 보여준다. 저자 역시 단 두장의 서문만으로 그의 깊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의학에 입문한 지금. 이 책의 서문이 동양 철학을 위한 길의 여정을 제시해주고 있지만 그 과정들이 한의학 공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서문에 더욱 공감을 느끼게 했는지 모르겠다. 한의학이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한 학문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철학은 삶의 카운슬링이고, 체계와 일관성보다는 적실성과 유효성이 중요하다'고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루한 옛것으로 느껴지는 동양 철학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조건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인간은 여전히 자신에 대해 무지하고 실존의 벽은 여전히 완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동양 철학이 '현대 문명의 깊은 어둠속에서 길 잃은 어린 양들인 우리에게 어둠을 헤치고 길을 찾아가는 법을 알려 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의학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전통이라는 체계와 일관성에서 벗어나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적실성과 유효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00년전만 하더라도 우리 삶에서 주요한 의료 학문이었던 한의학이 지금은 비과학적인 옛 것으로 잘못 생각 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재. 오히려 현대 의학이 알려주지 못한 길을 한의학은 이정표를 세워 밝혀 줄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저자는 '굳게 다문채 묵은 한적의 먼지 속에 싸여 있는 동양 철학의 봉인을 힘들지만 직접 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찌 동양 철학에만 국한 되는 것이겠는가. 어떤 학문이든, 학문을 하는 자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일 것이다. 단 이 부분만으로도 저자는 우리에게 적실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나는 느꼈다.

 

저자는 이 시대에 소통되는 언어로 현대인들이 공감하는 동양 철학을 말하고자 한다. 나는 너무 무지몽매 하기에 항상 길을 제대로 못찾고 비틀대는 너무나 어리석고 나약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책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이 책에서 지혜의 샘을 한모금이라도 마시길 바라면서 책의 본문으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