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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양 철학인가'를 시작하면서

이번 글은 한형조 선생님께서 쓰신 '왜 동양 철학인가' 를 시작하면서 느낀 소감을 적어본 글입니다.

 

 

 

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든 생각은 ‘책이 참 귀엽다.’ 였다. 그도 그럴 것이 A4 반도 안되는 아담한 사이즈에 260P정도 밖에 안되는 적은 쪽수량 때문이었다. 제목이 주는 압박감과는 전혀 다른 귀여운 외형에, 부담없이 빨리 읽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 책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방대한 동양 철학을 이 조그만 텍스트에 담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저자가 동양 철학의 간단한 부분만 단순히 적었을 것이고, 내용도 부실할 것 같았다. 소일거리 삼아 대충 읽고, 치우자는 나의 생각은 단 2장에 걸친 이 책의 서문을 읽고 완벽하게 박살이 났다.

 

외형이 주는 가벼움만 믿고 아무 생각 없이 표지를 넘긴 순간, 저자의 깊고 깊은 철학의 숲을 보았던 것이다. 원래 진리란 단순한 것이지만 어리석은 자는 그 뼈에 살을 붙이고, 기름을 발라 복잡하게 생각한다. 내가 딱 이꼴이었다. 화려하고 복잡함에 익숙한 나머지 진리의 뼈대를 겉모습만으로 함부로 재단했던 것이다. 비록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그 동안 난 다독주의자였다. 문제는 내가 독서한 시간이 많은 책들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내용의 이해보다는 다독에 중점을 둔 나머지 빨리, 많이 읽기만 하고 독서를 통해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올해부터 독서하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몇 개를 읽더라도 책 내용을 충분히 음미하고 가기로 하였다. 이 바뀐 출발점에서 만난 책이 바로 ‘왜 동양 철학인가’ 이다. 하지만 변화의 출발부터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나 버렸다. 이 책을 음미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나의 지식이 계속해서 제자리 걸음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서문과 접근, 諸子百家, 朱子學, 전망등 이렇게 4개의 큰 분야로 나뉜다. 그리고 제자백가에는 佛敎, 儒敎, 法家, 莊子1, 莊子2등 이렇게 5개의 소주제가 있다. 주자학에는 氣,理, 朱子學, 朝鮮儒學등 4개의 소주제가 있다. 전망에도 2개의 소주제가 있다. 즉 서문과 큰 주제 4개, 소주제 12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 책 전체에 대한 감상문을 쓰는 건 지금 나의 어리석음으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일이다. 큰 주제별로 감상문을 쓰는 것도 지금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소 주제별로 감상문을 쓰는 것이다. A4반도 안되는 크기에, 260P의 작은 책에서 13개의 감상문이 나온다는 것이 호들갑일수도 있다. 하지만 광활한 바다를 조그마한 연못에 담을 순 없는 것이다. 지금 난 체자 백가의 첫 번째 소주제인 불교까지 읽었다. 지금까지 서문만 8번, 접근은 7번을 읽었고, 불교는 3번을 읽었다.

 

저자의 깊고 넓은 철학의 세계가 펼쳐져 있어서 한 두 번 읽는 것으론 그 껍데기도 못 알아보니 어쩔 수 없이 되돌아가서 읽고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지만 그래도 다시 읽을 때마다 느끼는 새로운 맛은 이 과정을 가치 있게 해준다. 저자인 한형조 선생님께 무한의 존경을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