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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고 있는 길에 대해서..

 

 인생의 목표였던 한의대에 들어온지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너무나 꿈꿔왔던 입학이었기에 그 기쁨이 넘쳐 성급함이 주를 이뤄버린 반년이었습니다. 이제 갓 한의대에 입학한 새내기이고 아직 한의학에 대해선 여전히 초짜와 다름없지만 마음만 너무 앞서 버린채 한의대에 입학했다는 자랑과 허영이 넘쳤고 실제 내실은 거의 다지질 못했습니다. 또 욕심만 넘쳐서 이것 저것 막 벌려 놓고 하나도 제대로 담지 못하는 어리석음도 있었습니다.

 

 1학기와 여름방학을 방종의 시간으로 보낸 반성을 토대로 2학기는 좀더 내실있는 학기를 보내기 위해서 저 나름대로 선택과 집중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고민이 되는 점은 사서에 관한 공부입니다. 저의 사서에 대한 관심과 또 친한 선배님의 사서공부 권유 및 존경하는 교수님의 권유로 인하여 사서를 조금씩 시간을 늘려 가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사를 하는데 과연 사서가 그렇게 까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점은 여전히 들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차라리 한의학 서적을 읽는 것이 도움은 안되는지, 해부학이나 다른 기타 의학 서적들을 읽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지 정말 고민이 됩니다. 사서 공부의 의미를 찾기 위해 여러 분들께 상담을 받아보고 질문을 던져 보았지만 아직까진 맘에 드는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물론 사서 공부 역시 좋은 공부임은 틀림없으나 한의학을 하기 위해 진짜 공부해야 할것을 내버려 둔채 길을 잘못 가고 있는것인지에 대한 의심은 항상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저는 일단 사서를 한번 파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학기때 멋도 모르고 사서를 공부해야 한다 떠들던 제가 그 체면이라도 세우기 위해서, 또 직집 공부를 해보고 나서 그 장단점을 후배들에게 말해 줄 수 있기 위해서라도 한번 볼려고 합니다. 여기에 드는 시간과 노력은 엄청날것입니다. 또 중간에 길을 바꿀수도 있습니다.

 

 수능 공부할때도 항상 이런 갈림길에서 고민을 많이 했던것 같습니다. 어떤 인강 선생님을 들을지. 또 어떤 문제집을 풀지, 기출을 풀까 아니면 좀더 개념위주의 문제를 풀까, 문제를 많이 풀지 아니면 문제집을 한권을 여러번 볼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떤것이든 다 좋았던 방법이었던거 같습니다.

 

 한의대에 입학하기 위해서 수능 공부를 다시 하던 시기. 한의대에 입학만 하면 모든게 다 끝날줄 알았습니다. 고생 끝 기쁨 시작과 함께 인생의 여유를 누리며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더 미궁에 빠져 사는 거 같습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듭니다. 교수님이나 선배들과 이야기 해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유는 커녕 엄청난 학습량과 방대한 공부에 벌써부터 진이 빠지고 겁이 나고 있습니다. 학사과정(저희 학교는 예과 대신 학사 과정을 합니다.)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어디 놀러갈 시간조차 빼기 힘듭니다. 석사과정(저희 학교는 본과 대신 석사 과정을 합니다.)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한의학 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하고 의심이 많이 들고 있습니다.

 

한의대에 들어왔다는 기쁨에 넘쳐 성급하게 자만하고 자랑하고 아는척만 했던 저를 반성하며 남은 시간은 좀더 차분하게 신중히 공부를 해야겠습니다.